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영화의 전개와 함께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감독 허명행의 액션.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인터뷰
|감독님의 첫 연출작 <황야>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긴 했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 사전예매량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연출자로서 할 일은 다 해 놓은 상태라서,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담감을 느끼면서 연출했다기보단, ‘관객분들이 더 좋아하는 건 무엇일을까‘를 고민하면서 그냥 열심히 촬영했어요. 사실 부담이라 하면 스코어에 대한 것일 텐데, 생각을 안 하려 하는 중입니다.
|작품을 보자마자 시원시원한 동시에 묵직하게 전개되는 액션이 와닿았습니다. 백창기(김무열)의 흉기와 마석도(마동석)의 맨주먹이 붙는 장면이나, 흉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비행기 내부 장면도 인상적이었고요. 액션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들어간 건 무술 감독 일을 오래하셨던 덕일까요?
백창기와 마석도의 엔딩 액션은 핸디캡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연출했습니다. 액션도 기승전결이 있어요. 그냥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해내고, 둘 중 한 인물이 상대를 역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그걸 또 활용하는 식이에요. 결론적으로 마석도가 백창기를 잡아내는 스토리 라인이 액션에도 적용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액션은 항상 그런 식으로 디렉션을 주곤 합니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 들어가는 액션들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핵심이 되는 엔딩 액션 같은 경우는 그런 기승전결을 좀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비행기 내부라는 공간적인 설정 안에서 백창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들을 구분하고, 그걸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며, 그걸 극복했을 때 마석도는 또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액션뿐만 아니라 두 메인 빌런 백창기나 장동철(이동휘)의 대비, 장이수의 설정에서도 세부적인 디테일이 눈에 띄던데요.
장이수(박지환)를 설정할 때는 전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왔으면 했어요. 직업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기보다는 사업에 성공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또 마석도한테 끌려가게 되게끔 하는 요소를 넣었어요. 사업에 성공했다는 디테일이나, 형사들과의 팀워크를 돋보이게 하는 장면도 그 연장선이고요. 장동철의 경우 자기애가 아주 투철한 동시에 피터팬 콤플렉스가 있는 캐릭터예요. 해맑고 순수하긴 한데, 실질적인 성품 자체는 악한 친구다 보니 너무 묵직하기보단 가볍게 풀어냈어요. 진짜 어린 아이 말투처럼 “야, 백창기 싸움 잘하지?” 하는 이런 얘기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정도로요. 대신 무게감은 백창기가 가져가면서 두 메인 캐릭터 사이 변별력을 줄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의 “액션 연출 스타일은 동작에 국한된 게 아니라, 캐릭터에 맡게 액션을 구상하려고 한다”는 마동석 배우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네요.
무술 감독을 할 때부터 캐릭터의 특징을 첫 번째로 고려해서 액션을 구상하다 보니, 캐릭터가 정립되면 그에 걸맞은 행동이나 말투 등의 요소를 정리하는 게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거죠.
|그럼 캐릭터 구상 단계부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나요?
기본적인 설정은 시나리오에 다 있었는데, 세부적인 요소들을 설정하는 데 수정을 거치기도 했어요. 장동철 캐릭터로 예를 들자면 집착적으로 한 가지 브랜드의 옷만 고수하거나, 투철한 자기애를 표현하기 위해 전신 그림을 사무실 뒤에 걸거나 하는 등의 장면을 넣은 거죠. 보통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전신 그림을 사무실 뒤에 놓진 않잖아요. 그런데 장동철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미술 감독과 상의해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 장동철의 톤만 좀 달리 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피터팬 콤플렉스가 있는 친구라서 다른 인물들에 비해 조금 더 색감을 더하기도 했고요.
|장동철이 고수한 브랜드가 톰브라운이었죠?
네, 그건 이동휘 배우의 아이디어였어요.
|(스포일러)디테일 얘기를 하다 보니, 장동철을 마석도가 심판내리는 대신 백창기가 처리한 특별한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마석도가 잡아야 되는 빌런은 백창기와 장동철 둘이었지만, 백창기 입장에서 대립하고 갈등을 겪는 상대는 사실 마석도가 아닌 장동철입니다. 백창기는 어떻게 보면 좀 답답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면서까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야 돼요. 꼭 본인이 장동철을 제거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던 거죠. 마지막 최종 빌런으로서의 행동이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드러난 셈이죠.
|결국 백창기의 성격을 더 잘 묘사해주는 장면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장동철 입장에서도 같이 일을 했던 사업 파트너한테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거고요. 마석도한테 잡혔으면 체포되고 끝났을 일인데, 악에 받쳐 달려들다 끝나는 최후를 맞이하잖아요. 영화에 나오지 않는 얘기지만 백창기와 장동철은 오랜 친구였습니다. 백창기가 앞뒤 안 가리고 무력을 쓰는 롤이었다면, 장동철은 그런 백창기 뒤에서 머리를 쓰는 롤이 된 거죠.
| 사이버수사대와 공조를 펼치며 세계관도 확장되죠. 심지어 시리즈 최초로 여자 형사인 한지수(이주빈)까지 등장하고, 어떻게 보면 <범죄도시>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한데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남자 형사, 여자 형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원래 다 같이 있는 거니까. 원 시나리오에도 한지수라는 캐릭터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고, 캐스팅이 중요할 거라 생각했어요. 똘망하고 강단 있어 보이는 이미지의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주빈 배우가 떠올라서 캐스팅을 했죠.
| 마침 이주빈 배우가 <눈물의 여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잖아요.
저희가 먼저 캐스팅했어요. (웃음) 뭐 잘하는 배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이 활동을 해서 상황이 겹칠 수 있겠죠. 저희한테도 좋은 일이기도 하고요.
|특유의 말장난도 <범죄도시> 시리즈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죠. 이런 결과물이 나온 과정도 궁금합니다.
대본으로 만든 것도 있고, 현장에서 농담삼아 한 말이 나오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대사할 타이밍이 다 정해져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저나 동석이 형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제안해서 바꾸기도 했어요. 리허설하면서 들으면 바로 알거든요, 어떤 게 더 재밌는지. 그렇게 더 재미있는 걸로 촬영하거나, 둘 다 재미있으면 우선 두 개 다 찍어 놓기도 했어요.
|국내 개봉에 앞서 2월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다녀오셨어요. 그곳에서 생긴 에피소드나 느낀점, 새롭게 구축한 목표가 있으신가요?
초청받아서 너무 기뻤죠. 저는 해외 영화제 초청 경험이 없었다 보니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고요. 환영을 많이 받고, 환호도 많이 해주시고. 재미있게 다녀왔어요. 사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어떤 분이 제가 동석이 형인 줄 알고 사인해 달라고 한 적도 있고, 김무열 배우 매니저 분이 좀 풍채가 있으신데, 그 매니저분을 저로 착각하고 사인해 달라는 분도 있었고.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연출 일을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무술 감독 일을 하실 때부터 시나리오 개발 등 여러 훈련을 해오셨다고요.
사실 제작사 일을 해보고 싶어서, 10여년 전엔 제작에 대한 도전을 먼저 했어요. 제가 초빙한 감독님들과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했고, 그걸 거쳐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은 없어요. 세상에 나오지 못한 거죠. 그래도 그 과정에서 훈련이 된 게, 시나리오 얘기를 많이 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빠르게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제작사에서 난항을 겪던 중 저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감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30대 후반 정도였는데, 당시엔 너무 액션을 위한 액션 영화만 많이 들어와서 ‘이걸 해도 될까’ 하는 고민하던 차에 <황야>가 들어왔습니다. 이것도 동석이 형이 예전부터 저를 좋게 봐주시고, 감독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동석이 형이 디벨롭하고 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황야>였는데, 마침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변승민 대표님도 제 감독 데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셨거든요.
|마동석 배우와의 인연이 각별한 것 같아요. 감독님의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도 직접 준비하는가 하면, 감독님에 대해 “누구보다 뛰어난 연출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잖아요. 감독님 또한 <황야>를 통해 전세계에 마동석 배우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신 적 있고요.
동석이 형을 처음 만난 건 <멋진 신세계>를 통해서였어요. 그때 저는 무술 감독이었고 동석이 형은 배우로 출연했는데, 동석이 형이 점점 활동이 많아지면서 제가 스턴트 더블을 하게 됐어요. 대역을 제가 한 거죠. 그러다 보니 ‘동생, 동생’ 하시고, 가까워지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부산행> 등 동석이 형이 출연하는 작품이랑 제가 무술 감독을 맡은 작품이 마침 또 자주 겹쳤어요. 친한 형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싶어서 액션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이런 상황들을 거치다 보니 끈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점점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럼 두분 사이 웃기거나 감동적인 일화도 자연스레 쌓였겠네요.
웃긴 에피소드는 아니고, 고마운 게 있어요. 제가 제작 일에 도전했을 당시, 동석 형한테 그중 한 작품에 대한 캐스팅 의뢰를 드렸는데 대본도 안 보고는 “네가 하는 거면 내가 해야지”하고 흔쾌히 수락해줬었어요. 결국 투자를 못 받아서 세상에 못 나오긴 했지만, 배우로서 그렇게 단번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뭐 대단한 제작자거나, 대단한 감독이었으면 당연히 “어, 믿고 해볼게” 라고 했을 수 있겠지만 그때의 저한테는 오로지 의리만으로 “네가 하는 거니까 하겠다” 하신 거니까요. 세월이 지날수록 더더욱 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게 실감나고, 그런 결정을 해 주셨던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죠.
|세 번째 작품도 계획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마동석 배우와 함께할까요?
동석이 형은 본인 하시는 프로젝트 중 저와 잘 맞는 게 있다면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자주 하세요. 세 번째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완전히 픽스된 건 아니지만, 지금 의뢰가 들어오는 시나리오랑 개발 중인 시나리오 중 여러 개를 고려 중이에요.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지만, 그것도 액션이 되겠죠?
액션이 있겠죠. 액션이 있겠지만,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뭐, 멜로는 아니겠죠.(웃음)
릴스 인터뷰 바로가기
에디터 | 문혜준
영상 | 리스토리
#범죄도시
#허명행감독
#인터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영화의 전개와 함께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감독 허명행의 액션.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인터뷰
|감독님의 첫 연출작 <황야>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긴 했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 사전예매량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연출자로서 할 일은 다 해 놓은 상태라서,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담감을 느끼면서 연출했다기보단, ‘관객분들이 더 좋아하는 건 무엇일을까‘를 고민하면서 그냥 열심히 촬영했어요. 사실 부담이라 하면 스코어에 대한 것일 텐데, 생각을 안 하려 하는 중입니다.
|작품을 보자마자 시원시원한 동시에 묵직하게 전개되는 액션이 와닿았습니다. 백창기(김무열)의 흉기와 마석도(마동석)의 맨주먹이 붙는 장면이나, 흉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비행기 내부 장면도 인상적이었고요. 액션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들어간 건 무술 감독 일을 오래하셨던 덕일까요?
백창기와 마석도의 엔딩 액션은 핸디캡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연출했습니다. 액션도 기승전결이 있어요. 그냥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해내고, 둘 중 한 인물이 상대를 역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그걸 또 활용하는 식이에요. 결론적으로 마석도가 백창기를 잡아내는 스토리 라인이 액션에도 적용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액션은 항상 그런 식으로 디렉션을 주곤 합니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 들어가는 액션들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핵심이 되는 엔딩 액션 같은 경우는 그런 기승전결을 좀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비행기 내부라는 공간적인 설정 안에서 백창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들을 구분하고, 그걸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며, 그걸 극복했을 때 마석도는 또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액션뿐만 아니라 두 메인 빌런 백창기나 장동철(이동휘)의 대비, 장이수의 설정에서도 세부적인 디테일이 눈에 띄던데요.
장이수(박지환)를 설정할 때는 전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왔으면 했어요. 직업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기보다는 사업에 성공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또 마석도한테 끌려가게 되게끔 하는 요소를 넣었어요. 사업에 성공했다는 디테일이나, 형사들과의 팀워크를 돋보이게 하는 장면도 그 연장선이고요. 장동철의 경우 자기애가 아주 투철한 동시에 피터팬 콤플렉스가 있는 캐릭터예요. 해맑고 순수하긴 한데, 실질적인 성품 자체는 악한 친구다 보니 너무 묵직하기보단 가볍게 풀어냈어요. 진짜 어린 아이 말투처럼 “야, 백창기 싸움 잘하지?” 하는 이런 얘기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정도로요. 대신 무게감은 백창기가 가져가면서 두 메인 캐릭터 사이 변별력을 줄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의 “액션 연출 스타일은 동작에 국한된 게 아니라, 캐릭터에 맡게 액션을 구상하려고 한다”는 마동석 배우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네요.
무술 감독을 할 때부터 캐릭터의 특징을 첫 번째로 고려해서 액션을 구상하다 보니, 캐릭터가 정립되면 그에 걸맞은 행동이나 말투 등의 요소를 정리하는 게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거죠.
|그럼 캐릭터 구상 단계부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나요?
기본적인 설정은 시나리오에 다 있었는데, 세부적인 요소들을 설정하는 데 수정을 거치기도 했어요. 장동철 캐릭터로 예를 들자면 집착적으로 한 가지 브랜드의 옷만 고수하거나, 투철한 자기애를 표현하기 위해 전신 그림을 사무실 뒤에 걸거나 하는 등의 장면을 넣은 거죠. 보통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전신 그림을 사무실 뒤에 놓진 않잖아요. 그런데 장동철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미술 감독과 상의해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 장동철의 톤만 좀 달리 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피터팬 콤플렉스가 있는 친구라서 다른 인물들에 비해 조금 더 색감을 더하기도 했고요.
|장동철이 고수한 브랜드가 톰브라운이었죠?
네, 그건 이동휘 배우의 아이디어였어요.
|(스포일러)디테일 얘기를 하다 보니, 장동철을 마석도가 심판내리는 대신 백창기가 처리한 특별한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마석도가 잡아야 되는 빌런은 백창기와 장동철 둘이었지만, 백창기 입장에서 대립하고 갈등을 겪는 상대는 사실 마석도가 아닌 장동철입니다. 백창기는 어떻게 보면 좀 답답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면서까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야 돼요. 꼭 본인이 장동철을 제거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던 거죠. 마지막 최종 빌런으로서의 행동이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드러난 셈이죠.
|결국 백창기의 성격을 더 잘 묘사해주는 장면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장동철 입장에서도 같이 일을 했던 사업 파트너한테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거고요. 마석도한테 잡혔으면 체포되고 끝났을 일인데, 악에 받쳐 달려들다 끝나는 최후를 맞이하잖아요. 영화에 나오지 않는 얘기지만 백창기와 장동철은 오랜 친구였습니다. 백창기가 앞뒤 안 가리고 무력을 쓰는 롤이었다면, 장동철은 그런 백창기 뒤에서 머리를 쓰는 롤이 된 거죠.
| 사이버수사대와 공조를 펼치며 세계관도 확장되죠. 심지어 시리즈 최초로 여자 형사인 한지수(이주빈)까지 등장하고, 어떻게 보면 <범죄도시>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한데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남자 형사, 여자 형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원래 다 같이 있는 거니까. 원 시나리오에도 한지수라는 캐릭터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고, 캐스팅이 중요할 거라 생각했어요. 똘망하고 강단 있어 보이는 이미지의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주빈 배우가 떠올라서 캐스팅을 했죠.
| 마침 이주빈 배우가 <눈물의 여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잖아요.
저희가 먼저 캐스팅했어요. (웃음) 뭐 잘하는 배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이 활동을 해서 상황이 겹칠 수 있겠죠. 저희한테도 좋은 일이기도 하고요.
|특유의 말장난도 <범죄도시> 시리즈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죠. 이런 결과물이 나온 과정도 궁금합니다.
대본으로 만든 것도 있고, 현장에서 농담삼아 한 말이 나오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대사할 타이밍이 다 정해져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저나 동석이 형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제안해서 바꾸기도 했어요. 리허설하면서 들으면 바로 알거든요, 어떤 게 더 재밌는지. 그렇게 더 재미있는 걸로 촬영하거나, 둘 다 재미있으면 우선 두 개 다 찍어 놓기도 했어요.
|국내 개봉에 앞서 2월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다녀오셨어요. 그곳에서 생긴 에피소드나 느낀점, 새롭게 구축한 목표가 있으신가요?
초청받아서 너무 기뻤죠. 저는 해외 영화제 초청 경험이 없었다 보니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고요. 환영을 많이 받고, 환호도 많이 해주시고. 재미있게 다녀왔어요. 사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어떤 분이 제가 동석이 형인 줄 알고 사인해 달라고 한 적도 있고, 김무열 배우 매니저 분이 좀 풍채가 있으신데, 그 매니저분을 저로 착각하고 사인해 달라는 분도 있었고.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연출 일을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무술 감독 일을 하실 때부터 시나리오 개발 등 여러 훈련을 해오셨다고요.
사실 제작사 일을 해보고 싶어서, 10여년 전엔 제작에 대한 도전을 먼저 했어요. 제가 초빙한 감독님들과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했고, 그걸 거쳐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은 없어요. 세상에 나오지 못한 거죠. 그래도 그 과정에서 훈련이 된 게, 시나리오 얘기를 많이 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빠르게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제작사에서 난항을 겪던 중 저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감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30대 후반 정도였는데, 당시엔 너무 액션을 위한 액션 영화만 많이 들어와서 ‘이걸 해도 될까’ 하는 고민하던 차에 <황야>가 들어왔습니다. 이것도 동석이 형이 예전부터 저를 좋게 봐주시고, 감독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동석이 형이 디벨롭하고 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황야>였는데, 마침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변승민 대표님도 제 감독 데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셨거든요.
|마동석 배우와의 인연이 각별한 것 같아요. 감독님의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도 직접 준비하는가 하면, 감독님에 대해 “누구보다 뛰어난 연출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잖아요. 감독님 또한 <황야>를 통해 전세계에 마동석 배우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신 적 있고요.
동석이 형을 처음 만난 건 <멋진 신세계>를 통해서였어요. 그때 저는 무술 감독이었고 동석이 형은 배우로 출연했는데, 동석이 형이 점점 활동이 많아지면서 제가 스턴트 더블을 하게 됐어요. 대역을 제가 한 거죠. 그러다 보니 ‘동생, 동생’ 하시고, 가까워지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부산행> 등 동석이 형이 출연하는 작품이랑 제가 무술 감독을 맡은 작품이 마침 또 자주 겹쳤어요. 친한 형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싶어서 액션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이런 상황들을 거치다 보니 끈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점점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럼 두분 사이 웃기거나 감동적인 일화도 자연스레 쌓였겠네요.
웃긴 에피소드는 아니고, 고마운 게 있어요. 제가 제작 일에 도전했을 당시, 동석 형한테 그중 한 작품에 대한 캐스팅 의뢰를 드렸는데 대본도 안 보고는 “네가 하는 거면 내가 해야지”하고 흔쾌히 수락해줬었어요. 결국 투자를 못 받아서 세상에 못 나오긴 했지만, 배우로서 그렇게 단번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뭐 대단한 제작자거나, 대단한 감독이었으면 당연히 “어, 믿고 해볼게” 라고 했을 수 있겠지만 그때의 저한테는 오로지 의리만으로 “네가 하는 거니까 하겠다” 하신 거니까요. 세월이 지날수록 더더욱 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게 실감나고, 그런 결정을 해 주셨던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죠.
|세 번째 작품도 계획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마동석 배우와 함께할까요?
동석이 형은 본인 하시는 프로젝트 중 저와 잘 맞는 게 있다면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자주 하세요. 세 번째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완전히 픽스된 건 아니지만, 지금 의뢰가 들어오는 시나리오랑 개발 중인 시나리오 중 여러 개를 고려 중이에요.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지만, 그것도 액션이 되겠죠?
액션이 있겠죠. 액션이 있겠지만,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뭐, 멜로는 아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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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문혜준
영상 | 리스토리